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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경제

인간의 성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by 시큼한 파인애플 2021. 6. 14.

왼쪽은 2007년 폴란드 총선 결과이고 오른쪽은 2011년 폴란드 총선 결과이다.
유럽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하는 이라면 뭔가 보일것이다.
아직도 안보인다면...

구 독일제국 국경에 대입한 사진이다. 이제 명확하게 보일것이다.

혹시 역사적 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해 추가로 설명하겠다. 왼쪽은 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의 지도이고 오른쪽은 현대의 지도이다.
그러면 이 100년전 과거의 국경이 왜 현대의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까? 잘 모르는 사람은 단순히 독일인들이 남아있어서 그런거 아니냐고 할수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Flight_and_expulsion_of_Germans_(1944%E2%80%931950)

Flight and expulsion of Germans (1944–1950) - Wikipedia

Population transfers During the later stages of World War II and the post-war period, Germans and Volksdeutsche fled or were expelled from various Eastern and Central European countries, including Czechoslovakia, and the former German provinces of Silesia,

en.wikipedia.org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폴란드에게 추방되었다. 그리고 독일인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하나의 모두 하나의 정치성향을 띄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성향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빨간색은 독일로부터 얻은 영토이고 회색은 소련에게 빼앗긴 영토이다. 방대한 영토를 소련에게 빼앗겨서 발생한 실향민들을 폴란드 정부는 새로 얻은 영토에 이주시켰다. 고향에서 강제로 이주당하고 가족과 이별하는 혼란을 겪은 이들은 더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민족주의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시 선거결과를 보자. 독일제국은 당대 최대의 산업 국가중 하나였으며 그에 반해 러시아는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당연히 독일제국에 속했던 폴란드부분은 더 산업화되었으며 철도망이 조밀하게 건설되었다. 그로 인해서 1900년경 독일에 속했던 폴란드부분은 러시아에 속했던 폴란드부분보다 5배나 소득이 더 높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록 좌파적인 것은 정치적 이치이다. 그로 인해서 좌파성향의 정당인 시민연단(주황부분)이 독일제국이었던 지역에서 다수를 점했고 우파성향인 법과 정의당(파란부분)이 러시아제국이었던 지역에서 다수를 점한 것이다.

(참고자료)
2007 Polish parliamentary election - Wikipedia
2011 Polish parliamentary election - Wikipedia

몇가지 사례를 더 보여주겠다.

2014년 루마니아의 대통령 선거 2라운드의 결과이다. 루마니아의 선거방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라운드가 나뉘어 있는듯 하다. 아무튼 이 지도를 유심히보자. 무언가 보이지 않는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 속했던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유는 위에 말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루마니아의 지형 지도를 보면 알수있듯 루마니아를 동서로 양분하는 트란실바니아알프스산맥의 존재로 인해서 동서가 지형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것도 한몫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사례를 더 보겠다.

2018년 이탈리아 총선의 선거결과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가 크다는 것은 꽤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사진은 이탈리아의 지역별 소득 지도이다.

내가 위에서 보여준 많은 사례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뭐냐면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개인의 자아에 의한 논리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살아온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2020년 美 대선, ‘도시 미국인’과 ‘시골 미국인’ 완전히 갈렸다"- 헤럴드경제 (heraldcorp.com)

2020년 美 대선, ‘도시 미국인’과 ‘시골 미국인’ 완전히 갈렸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선 도시에 살고 있는 미국인 유권자와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미국인 유권자 간의 표심 격차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전 대선보다 벌어진 도농 표

biz.heraldcorp.com

멀리 갈것도 없이 이번 미국대선에서도 시골과 도시로 미국이 양분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태어났으면 좌파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고 가난하게 태어났으면 우파적으로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결국 민중의 결정이 합리적인 것이 아닌 그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올바른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개인의 자유의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 세대나 집단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지를 뛰어넘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세대가 공유하는 기억이며 집단이 공유하는 자라온 환경이다.

거시적 규모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극히 통계적이고 거대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 일개 개인의 의지따위는 거대한 순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밟혀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어떤 세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던 그것을 선악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이 자란 환경으로 인해서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국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문재인의 세대별 지지율이다. 유독 40대에서 지지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민주화 세대의 끝짜락이다. 사실 민주화세대라고 말하기도 뭐한것이, 이들은 민주화 당시 10대였기 때문에 직접 민주화운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기보다는 독재정권의 막바지와 민주화가 되는 모습을 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세대도 아니면서 민주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윗세대들이 보면 코웃음칠 일이다. 유년기의 경험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정말 삼엄했던 독재정권 시대는 박정희시대였으며 이들이 유년기를 보냈던 전두환-노태우 시기는 그에 비해서 유해졌다고 할 수 있으니 정작 선배세대들은 어이없게 여기겠지만 이들은 독재정권에서 민주화가 되는 것을 어린시절에 보면서 권위주의적인 것에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마침 운동권들의 반미종북 선동에 어린시절 노출되었으며 김대중의 평화쇼를 보면서 북한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미선이 효순이 사건과 그로 인해 일어난 반미시위를 겪었기 때문에 반미종북-주체사상적 성향을 띄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IMF 사태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기를 보며 물질문명자본주의에 대한 반감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어린시절은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겪은 일은 일생 어떤 시기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 늙은이들이야 산전수전 다 겪어서 무덤덤하지만 이들은 엄청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40대들은 진심으로 북한이 우리와 잘살아보려고 하는데 미국이 방해한다고 생각하며 항상 남한을 전복하려고 시도하는 북한 정권이 남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족주의적 사상에 입각하여 단순히 북한이 같은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함께 잘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오히려 직접 분단을 경험한 윗 세대보다 더 민족주의적이니 어이없는 일이다. 북한인들을 직접 만나본적도 없는 세대가 북한이 같은 민족이니 더불어 살아야한다 운운하니 말이다. 윗 세대는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북한에 우호적일 수가 없지만 이들은 전쟁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40대들도 그들이 20대일때는 윗 세대들에게 꼰대질을 당했다. 노력을 안한다, 의지가 부족하다 등등. 그런 세대가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더니 청년세대에게 꼰대질이나 하고있다. 진짜 어려운 시기를 살던 세대도 아닌 주제 이상한 자부심을 가지고있다. 어정쩡하게 겪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부심을 부린다더니 딱 이런 상황을 보고 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성향이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살면서 겪은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며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들을 선악의 관점에서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렇듯 민중의 여론이라는 것은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저 외부적 요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국가의 올바른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즘 쓰고 있는 글들은 한국인, 동양인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서 규명하고 있다. 별개의 글들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쓴 글들은 비판이라기 보다는 왜 이들이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원인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들을 동일한 판단기준의 연장선으로서 분석하고 있다. 일개 인간은 거대한 자연의 수레바퀴 앞에서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개인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외부에 좌우되는 존재일 뿐이다. 당연히 이들 행동에 대해 선악을 논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사람들의 생각와 행동은 살아온 환경 등 외부요인에 지배된다. 거시적으로 보았을때 그저 원인과 결과가 있는 사회현상일 뿐이다. 위에서 말했듯 거시적 규모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극히 통계적이고 거대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 일개 개인의 의지따위는 거대한 순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밟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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