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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역사와 도시(1) - 상트페테르부르크

by 시큼한 파인애플 2019. 12. 30.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위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참 흥미로운 도시이다. 이 도시는 근대부터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첫번째 혹은 두번째로 큰 도시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 도시는 300여년간 수차례 이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가 페트로그라드가 되고 레닌그라드가 되었다가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되었다. 나는 이 이름에 변화에 따라 이 도시의 역사를 설명하려고 한다.

 

 

 

 

 

도시의 성립

 

표트르 대제가 이 지역에 도시를 건설하기 전에 이곳은 늪지대였다. 이 일대는 잉그리아라고 불렸는데 노브고르드 공화국의 영토였다가 15세기 모스크바 대공국이 노브고르드 공화국을 정복하여 잉그리아는 모스크바 대공국의 영토가 되었다. 모스크바 대공국은 루스 차르국이 되었고 리보니아 전쟁으로 스웨덴에게 잉그리아를 뺏겼다가 다시 반환받는다. 혼란시기에 루스 차르국이 약해지자 스웨덴이 다시 가져갔다가 대북방전쟁의 승리로 되찾는다. 그후 루스 차르국 4대 차르이자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인 표트르 대제는 그곳에 장차 러시아 제국의 수도가 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늪지대였던 그곳을 매립했는데 근대적 토목기술이 없던 당시에는 늪지대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발상은 상상도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표트르 대제는 수만명의 농노와 전쟁포로를 동원하여 매립을 마치고 도시를 건설한다.(그 과정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일명 뼈 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불렸다.) 그리고 도시의 이름을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하였다. 이름의 뜻은 상트=Saint=성(聖, 성 베드로할때 그 성이다.), 페테르=베드로=피터(영어)=표트르(러시아어), 부르크(burg, 성, 도시를 뜻하는 독일어 접미사), 즉, 성 베드로의 도시이다. 1703년에 신도시 건설 계획을 시작하고 1712년 이 도시는 러시아 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이름이 페트로그라드가 되다.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러시아는 독일과 전쟁을 시작하게된다. 그리고 적국인 독일에 대한 반감으로 독일식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페트로그라드로 개칭된다. 이름의 의미는 성 베드로의 도시로 똑같다. 그라드(Град)는 광장, 마을, 도시를 뜻하는 러시아어 접미사이다. 

 

이후 페트로그라드는 러시아 근대사의 여러 큰 사건을 겪는다. 피의 일요일 사건이나 러시아 혁명의 시작점이 이곳이었다. 그리고 1918년 러시아 내전당시 해안을 통해 도시가 공격 당할것을 우려한 소비에트는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기게 되며 페트로그라드는 수도의 지위를 박탈당한다.

 

 

 

이름이 레닌그라드가 되다.

 

1924년 소련의 국부 레닌이 사망하자 이름이 레닌그라드로 개칭된다. (여담으로 1925년, 자신의 우상화를 위해 스탈린도 차리친이라는 도시를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으로 바꾼다. 차리친은 내전당시 식량 조달 조직 책임 인민위원이었던 스탈린이 처음으로 군사권을 행사했던 도시이다. 후에 스탈린 격하운동의 여파로 이 도시는 볼고그라도르 개칭된다.)

 

1941년 제 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은 연합국을 유럽본토에서 몰아내고 영국만을 적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히틀러는 바로바로사 작전을 실행하여 소련을 침공한다. 독소전쟁의 시작이었다. 독일군은 빠르게 소련군을 밀어내며 진군하여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 코앞까지 도달했다.(나중에는 소련이 반격하고 미국도 참전하고 해서 독일이 패한다.) 그리고 레닌그라드를 900여일간 포위하여 레닌그라도 공방전이 일어난다. 하지만 레닌그라드는 끝까지 함락되지 않았고 영웅도시 칭호를 받는다. 그러나 오랜 전쟁의 여파로 300만이었던 도시의 인구는 60만까지 줄어든다.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되다.

 

러시아 근현대사를 함께했던 이 도시는 1991년 소련붕괴후 다시 처음의 이름이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된다. 

그래서 러시아 노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있다.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태어나 청소년기를 페트로그라드에서 보내고 죽을 때까지 레닌그라드에서 살 줄 알았는데,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되더라.

 

여담으로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구는 500만으로 러시아 도시중 2위이다. 1위는 예상할 수 있듯이 모스크바인데 인구가 1200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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